작년 여름 하이원 스카이 러닝에 다녀온 이후로 트레일 러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험난한 산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에 막연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던 터라 실제로 해보진 못했다.
그러던 중 3월 초 컬럼비아 코리아에서 주최하는 크루에 선발됐다. 컬럼비아 크루는 트레일 러닝 입문자로 KOREA 50K 대회 10K 구간 완주를 목표로 완주하고자 결성된 팀이다. 트립 트레일러닝 전문 코치진들도 함께 했다. 지난 4주 간 서울 시내 여러 둘레길을 달리며 꽃구경도 하고 올바른 트레일 러닝 기본기와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게다가 덤으로 컬럼비아 크로스 러닝화 신제품인 베리언트 엑스에스알(variant x.s.r), 러닝 팩, 리커버리 화, 바람막이까지 최고의 러닝 기어 풀 세트를 지급받았으니 올해 운은 모두 끌어다 쓴 것 같다.
트레일 러닝
트레일 러닝은 시골길, 또는 산길이라는 의미의 트레일(Trail)이라는 단어와 달린다는 의미의 러닝(Running)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잘 정비되지 않은 들, 산길 등과 같이 정형화되지 않은 곳을 달리는 스포츠가. 국내에는 2000년대 후반까지 소수의 매니아만이 즐기며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0년 이후로 넘어가며 크고 작은 대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국제 규모의 여러 큰 대회가 개최될 정도로 차츰 발전해나가고 있다.
기록 단축이 주 목적인 일반 마라톤과 다르게 트레일 러닝은 시간이 아닌 완주가 목표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안전과 몸 상태가 제일 중요하기에 걷고 뛰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트레일 러닝 KOREA 50K 대회는 매년 4월 중순 수도권 동두천시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초의 NON-STOP 국제트레일러닝협회 (ITRA) 인증포인트 4점 대회로, 2015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58k, 27k, 10k, 키즈 1k등 다양한 코스와 함께 매년 트레일러닝 시즌 오픈을 알리는 큰 대회다.
훈련 기록
매주 토요일 9시에 모여 서울숲 6K, 서울둘레길 4-1 구간, 동작충효길, 우면산 둘레길을 총 30km 정도 달렸다. 멤버들은 매주 3-4회 이상 러닝을 꾸준히 하시고 계시는 열혈 러너들이었다. 러닝 병아리인 나는 나는 선수들의 뒤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평평한 아스팔트가 깔린 주로를 줄곧 달려온 나는 가빠른 오르막길과 비탈길을 올라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자갈, 흙, 돌로 울퉁불퉁한 지형이 익숙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자주 쉬는 시간을 가졌고 틈틈히 코치님께 호흡법과 달리기 기본적인 자세를 지도받았다. 특히 호흡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잊지 않으려 기록도 해뒀다.
- 코와 입을 동시에 사용하여 숨쉰다. 어느정도 피로가 쌓여서 힘들때 동시에 이용하여 숨쉬면 더 많은 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
- 들이쉴 때는 코로 짧게 2회 들이쉬고 내쉴때는 입으로 약간 길게 1-2회 내쉰다. 달릴때는 길게 들이쉬고 내뱉는 것보다 조금 짧게 하는게 덜 힘들다.
- 트레일러닝 도중 걷는 구간이 올 때 의도적으로 가슴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이동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숨 고르게 정리하고 회복에 도움을 준다. 마냥 걷는게 아니라 다시 달리기 전까지의 충전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트레일 러닝은 걷기 뛰기의 배분이 중요하다.
트레일 러닝은 50km, 100km의 코스를 완주해야 하는 극한상황이기 때문에 장비는 안전과도 직결된다. 컬럼비아 몬트레일 트레일 러닝화는 쿠션감이 좋아 바위나 돌, 나무 등에 부딪혀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제일 좋았던 아이템은 트레일 러닝팩이였는데 가볍고 통기성도 높아서 몸에 전혀 부대끼지 않았다. 그리고 가방끈에 호루라기가 있었다!
복잡한 도심과 컴퓨터 모니터 앞을 벗어나 벚꽃이 흩날리는 오솔길을 달리며 흙내음을 맡으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멀리 지방으로 가지 않아도 가까운 서울에 숨겨진 아름다운 꽃길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1주차 (3/15 SUN) 서울숲 6K
2주차 (4/1 SUN) 서울둘레길 4-1 구간
3주차 (4/8 SUN) 동작충효길
4주차 (4/15 SUN) 우면산 둘레길
KOREA 50K 대회날(4/21 SAT)
대회 전날 설레어 잠을 설쳤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미세먼지도 심했다.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지만 잔뜩 구름이 꼈다. 여러모로 달리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였다. 첫 대회인 만큼 기록 단축에 의미를 두지 않고 같이 훈련한 팀원들과 웃고 떠들며 신나게 달렸다. 4주간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고생한 팀원들이 있었기에 힘든 길도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썼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러너들의 열정에 흠뻑 느끼고 취했다.
생명이 움트는 봄, 숲, 바람 그리고 자연의 기운을 느꼈다. 10km를 마치고 피니쉬 라인을 들어오자 성취감 보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진정한 트레일 러닝의 묘미를 느끼려면 20km 이상 뛰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멤버들과 서울 둘레길 코스를 모두 완주하자는 계획도 세우게 됐다.
트레일 러닝 덕분에 그 어느 해보다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봄날을 보냈다. 트레일 러닝은 길이 없는 곳도 뛴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서 길이 생기는 것이다. KOREA 50K 대회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길 위에 내 발자취를 남겼으면 한다.
내가 가면 길이 된다.